[꿈의 시작] 큐이 달각 1~3화 完
[꿈의 시작] 큐이
제1화 닿지 않는 마음
오스카 씨에게 인사를 한 큐이.
그 안색은, 놀라운 정도로 창백했다ー
오스카
……
발터
큐이.
안색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은데.
큐이
에ー 그런…가?
딱히 자각은 없었는데
오스카
어떻든 간에, 피로를 남겨봤자 좋을 거 없다.
발터, 약탕을 준비해줘라.
발터
그래.
큐이
괘, 괜찮아요! 걱정하실 것 없어요.
사실 오늘 바빠서 아직 저녁을 안 먹었거든요.
피곤해 보인다면 그게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영양가 있는 거 먹고, 잘 쉬어서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스카
… 알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네 말이니, 믿도록 하지.
발터
약을 달이는 건 어렵지 않다.
… 무리는 하지 마. 필요하면 말해라
큐이
응, 고마워
떠나는 두 사람을 배웅한 뒤,
나는 옆에 서 있는 큐이를 올려다보았다.
주인공
… 괜찮아?
큐이
응, 정말 별거 아냐.
내일부터는 또 열심히 일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주인공
(그게 아니라ー)
큐이
내 꿈, 이라. 꿈은…… 으~음………
역시 내 요리로 여러 사람들을 웃는 얼굴로 만드는 걸까.
아직까지는ー
그게 이루어질 것 같진 않지만.
내가 궁금했던 건 큐이의 몸 상태 외에도
자신의 꿈이, 마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가,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주인공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큐이의 요리를 먹고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데,
왜 그런 말을ー)
큐이
… 좋아. 쉬기로 했으니 쉬자
엠마도 푹 쉬어
잘 자
내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큐이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미소를 띠며 사라진다.
나는 그 뒷모습을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다.
애식의 나라 · 딜레탕트
에두아르 성 · 엠마의 방
주인공
하아…
방에 돌아와서도 잠이 들지 않아,
나는 옷을 갈아입지도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주인공
(큐이, 무리하고 있었지…)
큐이가 궁금해져서 잠이 오지 않는다.
몸을 조금 움직이면 졸음이 올까 싶어
마당을 향해 걷다 보니ー
주인공
(! 지금 소리는… 주방에서?)
큐이
……
주방에 도착했을 때. 처음 시야에 들어온 건
멍하니 발밑을 바라보는 큐이의 모습이었다.
그의 시선 끝에는, 깨진 접시와 음식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큐이
……
주인공
(큐이…?)
그에게 말을 걸고 싶지만,
목에 달라붙은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잠시 동안, 마치 인형처럼
움직이지 않는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제2화 드러난 감정
ー발밑에 떨어진 요리.
그걸 멍하니 바라보는 큐이
이상한 게 분명한 그의 모습에
나도 굳어버렸지만.
주인공
저기… 큐이? 괜찮아?
큐이
ーー!
엠마…
응. 물론, 괜찮아.
생각을 하다가 미끄러져 버렸어.
하하, 한심하네. 얼른 치워야겠다.
주인공
그럼 나도 같이 할게.
큐이
아냐, 널 귀찮게 할 수는 없어ー
주인공
귀찮지 않아.
그리고 마이스터를 돕는 건, 내 일이니까.
일을 끌어들이자 ,
큐이는 곤란한 듯 눈썹을 기울였다.
큐이
… 응. 고마워
파편에 손가락이 다치지 않도록 종이로 감싸고,
깨진 식기와 흐트러진 요리를 정리해갔다.
무기질한 소리만 울리는 주방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손을 움직였다.
이윽고.
갑자기 큐이의 입술이 작게 움직였다.
큐이
왠지… 모든 게 잘 안 되는 것 같아.
고민하면 고민할수록 더 나빠지고,
어떻게 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늪 속에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혀 모르겠어ー
주인공
……
큐이
응? 엠마?
왜 그래ー, 아!
나, 나도 모르게 한탄해버렸네, 아하하. 부끄럽다
주인공
… 으응.
오히려 그런 고민이나,
큐이의 마음을 들을 수 있어서 기뻐
큐이는 정말, 약한 소리 같은 건 전혀 안 하니까.
무리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었어.
큐이
… 그렇구나. 그랬었어…
그 뒤로,
우리는 다시 말없이 청소를 계속했다ー
이윽고 정리를 끝냈을 때,
큐이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을 쏟아냈다.
큐이
오늘 무도회에서ー 오신 손님들이,
형의 초콜릿을 칭찬했었지?
주인공
… 응, 듣고 있었어.
큐이
나는… 형이 만든 초콜릿이 좋아.
가족이라 편애하는 게 아니어도, 순전히 세계 제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형이 만든 초코를 칭찬하지 않는 사람은,
살면서 한 명도 본 적 없어.
형의 초콜릿을 먹은 사람은, 다들 웃는 얼굴을 해.
… 정말, 행복하게 웃고 있어.
그게 부러워서. 나도 똑같이ー
아니 형보다 더 사람들을 웃는 얼굴로 만들고 싶어.
내가 만든 걸로 형을 넘어서고 싶어서,
계속 필사적으로 해 왔어.
하지만… 넘을 수 없어.
얼마 안 가서ー 그림자조차 밟지 못하겠지
낮고, 무서울 정도의 큐이의 음색.
하지만 지금,
처음으로 그의 마음을 잘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큐이
사실… 나도 어렸을 때,
초콜릿을 만들어 본 적이 있어.
본가가 카카오 농사를 했고,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면 부모님이 좋아하실까 해서.
나름대로, 먹을 수 있는 건 됐어.
하지만… 형의 초콜릿에는 전혀 닿지 못했어.
같은 장소에서 싸우면 절대 이길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수단을 찾았지.
… 내게는, 그게 요리였어.
다행히, 요리 자체도 체질에 맞고 좋아서,
형을 넘어서려고만 하는 건 아니지만.
근데 지금은 또 거리가 가까워져서일까,
형의 존재를 아무래도 의식하게 돼.
가끔 생각해. 만약 형이 없었다면…
조금은 마음이 편했을까,라고
주인공
(농담하는 말투지만… 이게, 큐이의 본심이구나)
동경과 질투가 뒤섞인, 속마음
얼버무리거나, 없던 일로 해서는 안 된다
주인공
… 있지, 큐이
바람 좀 쐬러 가지 않을래?
큐이
에, 지금부터?
주인공
응. 사실ー 원래, 그럴 생각으로 방을 나왔으니까
모처럼이니, 큐이가 어울려 줬으면 좋겠어.
큐이
……
그런 거라면, 기꺼이
아아ー 그래. 모처럼이니,
한밤중의 피크닉을 제대로 해볼까?
주인공
피크닉?
제3화 한밤중의 피크닉
애식의 나라 · 딜레탕트
에두아르 성 · 정원
큐이
자. 이거 먹어.
주인공
이건ー
큐이는 살짝(피식) 미소 짓더니,
가지고 온 바구니에 씌워 둔 천을 집는다.
주인공
와아… 맛있겠다!
안에는 샌드위치와, 머그잔에 담긴 수프 등
다양한 음식이 예쁘게 담겨 있었다.
주인공
아까 그 짧은 시간에 이걸 다 만든 거야?
큐이
후후. 마친
새로운 시제품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거든.
그냥 갖다 놓은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ー
아마 입맛에는 맞을 거야
주인공
고마워.
마침 배고프다고 생각했거든.
큐이
오, 그거 다행이네.
자, 맛잇게 드세요.
주인공
고마워. 잘 먹겠습니다!
따끈할 때 마시려고,
먼저 머그잔을 들고, 수프를 입에 댄다.
따뜻하고 품위 있는 풍미가 지나가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주인공
맛있어…!
큐이
아, 이 브루스케타도 먹어봐.
그 수프에 어울릴 것 같아.
주인공
응!
큐이의 추천을 들으며, 차례차례 먹어 나간다.
주인공
밤중이라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은 하는데,
손이 멈추질 않아…
큐이
아하하, 나로서는 기쁠 뿐이네.
매일 이러면 몸에 안 좋지만.
가끔은 이런 밤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주인공
…… 그렇네
큐이
응. 마음껏 먹어줘.
그 말을 들으며, 새빨간 토마토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 나를 큐이는 싱글벙글하며 기쁜 듯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공
저기, 큐이는 안 먹어?
큐이
난 신경 쓰지 마.
남은 걸로 충분하고, 지금은 널 보고 싶은 기분이야.
주인공
보고 있으면 먹기 힘들다고 할까…
조금 부끄러운데
큐이
그런가, 아쉽다
ー너무 귀여운데
선뜻 뱉어진 말에
마시려던 수프에 목이 막힐 뻔했다.
큐이
뭐 그렇다면 자제할게.
먹을 수 있는 환경까지 만들어 줘야 하는 요리니까 말이야
먹기 힘들다고 느끼면,
음식 맛도 망쳐버리니까.
주인공
그렇게 해주면 기쁘, 려나…
주인공
… 맛있었어! 잘 먹었습니다.
큐이
후후, 다 먹었네. 무리한 거 아냐?
주인공
전혀 아니야. 아직 먹을 수 있을 정도인걸
나, 큐이가 만든 요리 너무 좋아하니까
큐이
……
주인공
큐이?
큐이
…… 왜
왜 내가 원하는 말을 해주는 걸까, 너는.
울음이 터질 것 같은ー 그러면서도, 밝은 눈빛.
내가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큐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부드럽게 숨을 내쉬었다.
그를 따라 시선을 위로 올리니,
거기에는 별이 가득 펼쳐져 있었다ー
주인공
(아…)
벤치에 둔 손에 온기가 닿았다.
확인할 것도 없이,
큐이의 손이 겹쳐진 것을 알았다.
피부가 밤바람에 차가워진 탓인지,
그의 손의 따스함이 확연히 느껴진다.
큐이
고마워, 엠마
주인공
감사인사를 해야 하는 건 내쪽이 아닐까.
나는 그저 대접받은 것뿐인데…
큐이
아니야.
나에겐 그게 얼마나 고마운데.
큐이가 겹친 손에 힘을 준다.
별들을 올려다보는 큐이는,
닿지 않는 것에 애태우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큐이
아까 잠깐 얘기했듯이,
나는… 너무 초조해하고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사실은 알고 있어.
나는 나답게 할 수밖에 없다는 걸.
그런데 역시 고민하고, 몸부림치고, 꼴사나워서.
그런 스스로가 싫어져.
그래서 천진난만하게 『내가 만든 음식이 좋아』라는 말을 들으면,
등을 밀어주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 하나.
주인공
언제든지, 몇 번이라도 말해줄게.
큐이의 요리, 정말 좋아하니까.
큐이
아하하, 그거 든든하네.
너의 그 말이 듣고 싶어서 잔뜩 만들어 버릴 것 같아.
그리고ー
주인공
?
큐이
내 요리를 먹었을 때의,
너의 귀여운 미소를 더 보고 싶으니까.
큐이가 몸을 기울여,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밤바람이 기분 좋게 흔들고 있었다.
큐이
있지, 다시 한번만 말해줄래?
주인공
응?
큐이
내 요리를 좋아한다고.
…… 응, 부탁이야.
주인공
(긴장돼…
요리를 좋아한다고 하면 될 뿐인데)
큐이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고…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두근두근하고 가슴이 뛴다.
작게 숨을 내쉰 뒤,
나는 마음을 담아 입을 열었다.
주인공
… 나, 큐이의 요리를 좋아해.
큐이
…… 응, 고마워.
너무나 달콤하게 자아낸 감사의 말에,
아까보다 더 세게 가슴이 뛴다.
시간이 멈춘 듯 서로 바라보는 우리들의 위에서는,
별들이 조용히 반짝이고 있었다ー
[꿈의 시작] 큐이 달각 完